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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내 살 버거’ 한 입을 마저 먹고, 비타민이 가득한 탄산수를 꿀꺽꿀꺽 마신다. 싱크대에 그릇을 집어넣고, 주방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와, 벌써 VℓIλλ란 말이야? 서둘러야겠는데.

에리드에서 보낸 첫 몇 년은 아슬아슬했다. 타우메바 덕분에 살아는 있었지만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리고 말았다. 그 미생물은 칼로리를 제공해 주었지만 균형 잡힌 식단은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나는 괴혈병, 각기병 그 외에도 수많은 질병을 앓았다. 그럴 가치가 있었느냐고? 아직 모르겠다. 아마 영영 모를 수도 있다. 지구와 통신할 방법은 없다. 지구는 16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니까.

내가 예측할 수 있는 한에서는 비틀스가 오작동하거나 목적지에서 빗나갔을 수도 있다. 르클레르 같은 기후학자들이 만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모형이 맞았는지조차 모르겠다. 헤일메리호는 처음부터 아무 희망이 없는 프로젝트였는지도 모른다. 지구는 이미 수십억 구의 시체가 나뒹구는, 얼어붙은 황무지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것 말고는 가진 것도 없잖은가?

그건 그렇고, 에리디언들은 손님 접대를 환상적으로 잘한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아는 것과 똑같은 형태의 정부가 없지만, 중요한 단체 모두가 나를 살려두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기로 합의했다. 어쨌거나 나는 그들의 행성을 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으니까.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살아 숨 쉬는 외계인이다. 당연히 에리디언들은 나를 살려둘 것이다. 나는 지극히 흥미로운 과학적 관심사다.

나는 에리디언들의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돔에서 산다. ‘도시’라는 말이 딱히 정확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군집’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나한테는 내 구역도 있고 모든 게 있다. 돔 바깥에 사는 에리디언 서른 명이 내 생명 유지 장치를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들었다. 게다가 내 돔은 더 큰 과학 센터 한 곳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에리드에서 가장 뛰어난 지성인들이 거기에 모여서 타현한다(줄을 튕겨 현악기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옮긴이). 노래와 토론이 한데 섞인 셈이다. 단, 모두가 동시에 말한다. 에리디언들 입장에서는 딱히 의식하고 하는 행동이 아니다. 어떻게 그러는지는 몰라도, 그 악기 소리가 결론과 토론으로 이어진다. 어우러진 타현의 소리는 타현에 참여하는 에리디언 한 명 한 명보다 현명하다. 어떻게 보면 에리디언들은 일시적으로 집단 지성을 구성하는 신경단위가 되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자신이 원할 때만 타현에 참여하고, 원하지 않으면 떠난다.

나는 유독 흥미로운 존재이므로, 이 행성의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모여 나를 살려둘 방법을 놓고 타현을 해댔다. 듣자니 그게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과학 관련 타현이었다고 한다(물론, 가장 큰 타현은 에리디언들이 아스트로파지를 처리할 계획을 세울 때였다).

내가 가져온 지구의 과학 학술지 덕분에 에리디언들은 내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알고 있으며, 실험실에서 다양한 비타민을 합성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그보다 작고 집중도도 떨어지는 집단들이 그 음식 맛을 나아지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건 대체로 내게 달린 문제였다. 나는 엄청나게 많은 시식회를 거쳤다. 에리디언과 인간의 생물군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글루코오스가 여러 번 등장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에리디언들이 내 근육조직을 복제해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건 지구의 과학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처음 나타났을 때는 에리디언들에게 이런 기술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건 16년 전이다. 에리디언들은 지구의 과학을 무척 잘 따라잡고 있다.

아무튼, 그 말은 내가 마침내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래, 나는 인간 고기를 먹고 있다. 이게 내 살이라지만 난 불쾌하지 않다. 당신이라면 10년 동안 이상한 맛이 나는, 단 듯 안 단 듯한 비타민 셰이크만 먹은 뒤에도 햄버거를 거절할 수 있을지 보자.

나는 ‘내 살 버거’를 무척 좋아한다. 하루에 하나씩 먹는다.

나는 지팡이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간다. 이제 나는 젊은이가 아니다. 에리드의 높은 중력은 내 뼈가 나이보다 더 빨리 노화되도록 만들었다. 지금은 53세인 것 같지만 확실하지 않다. 나는 시간 팽창 여행을 엄청나게 많이 했으니까. 이 나이와는 별개로, 내가 태어난 뒤로 지구에서는 71년이 흘렀을 거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현관을 나서 내 구역을 가로지른다. 식물도, 그 무엇도 없다. 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이 행성에서 나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주 우아하고 미적 쾌감을 주는 바위들이 꽤 있다. 공간을 최대한 예쁘기 꾸미는 것이 내 취미가 됐다. 에리디언들은 그저 수많은 바위들을 볼 수 있을 뿐이지만, 내게는 색깔이 보인다.

에리디언들은 돔의 맨 위에 스물네 시간 주기로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조명을 설치했다. 나는 이렇게 하는 게 내 기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고, 에리디언들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주를 여행할 줄 아는 종족인 그들에게 전구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줘야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절뚝절뚝 자갈길을 지나 돔의 벽에 있는 수많은 ‘만남의 방’ 중 하나로 들어간다. 에리디언들은 인간만큼이나 얼굴과 등딱지를 마주 보며 하는 의사소통을 가치 있게 여긴다. 이 ‘만남의 방’은 괜찮은 타협점이다. 내 쪽은 구체로 둘러싸인 내 환경 안에 있다. 그리고 1센티미터짜리 투명한 제노나이트의 반대편에는 에리드의 자연 대기에 노출된 방이 있다.

나는 절뚝거리며 들어간다. 이 방은 만남의 방 중에서 작은 편이다. 사실, 1대 1 대화에나 적합하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만남의 장소가 됐다.

로키가 에리디언 쪽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야 왔네! ℓλ 분이나 기다렸어!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야?

당연한 얘기지만 이제 나는 에리디언 언어를 유창하게 이해한다. 로키도 영어를 똑같이 유창하게 알아듣는다.

“난 늙었다고. 좀 봐주라. 아침에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

아, 뭘 먹어야 했던 거지? 로키가 말한다. 목소리에 약간 역겹다는 기색이 어려 있다.

“먹는 얘기는 예의 바른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일이 아니라며.”

난 예의 바른 사람이 아니야, 친구!

나는 히죽거린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로키가 씰룩씰룩 좌우로 움직인다. 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한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방금 천문학 군집에서 어떤 얘기를 들었어. 새로운 소식이 있대!

나는 숨을 참는다. “태양? 태양 쪽 소식이야!?”

응! 로키가 높은 소리로 외친다. 너희 별의 밝기가 완전히 돌아왔어!

나는 숨을 들이켠다. “정말이야? 그러니까, Iℓℓ퍼센트 확실해?”

응. λV 천문학자들의 타현을 통해 데이터가 분석됐어. 확실해.

움직일 수가 없다. 숨도 거의 못 쉬겠다. 나는 떨기 시작한다.

끝났다.

우리가 이겼다.

그렇게나 간단한 일이다.

태양이, 지구의 태양이 아스트로파지 이전의 밝기로 돌아왔다. 그런 일이 일어날 방법은 하나뿐이다. 아스트로파지가 사라지는 것. 아니면 최소한 아스트로파지의 개체 수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만큼 줄어드는 것.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해냈다!

로키는 등딱지를 한쪽으로 기울인다. 야, 너 얼굴에서 물 새! 아주 오랫동안 못 본 표정인데! 다시 알려줘. 그게 기분이 좋다는 뜻이야, 슬프다는 뜻이야? 둘 다 가능하댔지?

“당연히 좋은 거지!” 나는 흐느낀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냥 확인한 거야. 로키는 말아 쥔 발톱을 제노나이트에 댄다. 이거 하이파이브 상황인가?

나도 제노나이트에 손마디를 댄다. “어마무시하게 장엄한 하이파이브 상황이야.”

너희 과학자들이 바로 작업을 시작했나 봐. 그가 말한다. 네가 보낸 비틀스가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과, 빛이 태양에서 에리드까지 이동할 때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일을 마무리하는 데 너희 시간으로 1년도 채 안 걸린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럼, 이젠 집으로 갈 거야? 아니면 여기 있을 거야?

그… 단체들이랄까 …. 에리드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그 존재들은 오래전 내게 헤일메리호의 연료를 다시 채워주겠다고 제안했다. 헤일메리호는 지금도 에리드 주변을 안정적으로 잘 돌고 있었다. 로키와 내가 아주 오래전, 처음으로 에리드에 도착한 이후 쭉 그랬다.

에리디언들은 헤일메리호를 음료와 비품으로 가득 채우고,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나를 도와주고, 나를 집으로 보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에리디언들을 그 일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그건 길고도 외로운 여행이었고, 1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구가 아직 살 만한 행성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에리드가 내 고향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난… 잘 모르겠어. 난 늙어가는데 여행은 오래 걸릴 테니까.”

이기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난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그냥 내 생각이지만.

“로키…. 그 태양 소식 말이야…. 그건…. 그 소식을 들으니까 내 인생 전체에 의미가 생겨. 그거 알아? 난 아직도… 난 도저히….” 나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래, 알아. 그래서 이 소식은 내가 직접 전해주고 싶었어.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한다(그렇다. 에리디언들이 내게 손목시계를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내가 부탁하는 건 아무거나 다 만들어준다. 나는 그 호의를 너무 과하게 이용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가야겠다. 늦었어. 하지만 … 로키….”

알아. 그는 등딱지를 기울이며 말했다. 이제 나는 그게 미소라는 것을 안다. 나도 알아. 나중에 더 얘기하자. 어쨌든 나도 집에 가야하고. 에이드리언이 곧 잘 시간이라, 내가 지켜봐야 해.

우리는 각자의 출구로 향하지만, 로키가 잠시 멈춘다. 야, 그레이스. 혹시 생각해 본 적 없어? 저 바깥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지팡이에 기댄다. “당연히 해봤지. 늘 생각하는걸.”

로키가 다시 들어온다. 나도 계속 그 생각을 해. 그 가설을 반박하기가 참 어려워. 아스트로파지의 어떤 조상이, 수십억 년 전에 지구와 에리드에 씨를 뿌렸다는 가설 말이야.

“그래.” 내가 말한다. “네가 무슨 말 하려는지도 알고 있어.”

그래?

“그럼.” 나는 한 다리에서 다른 쪽 다리로 몸무게를 옮겨 싣는다. 관절염이 관절마다 자리 잡기 시작한다. 높은 중력은 인간에게 별로 좋지 않다. “우리만큼 타우세티에 가까운 별은 쉰 개가 채 안 돼. 하지만 그중 두 개에 결국 생명체가 생겼지. 그 말은 생명체가, 최소한 타우세티에서 발원한 생명체가 은하계에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흔하게 존재할지 모른다는 뜻이야.”

우리가 그 생명체들을 더 찾게 될까? 지능이 있는 종족을?

“누가 알겠냐?” 내가 말한다. “너랑 나도 서로를 찾았잖아. 그건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 그가 말한다. 진짜 대단한 일이지. 이제 가서 일하세요, 할아버지.

“나중에 보자, 로키.”

또 봐!

나는 절뚝거리며 만남의 방에서 나와 돔의 둘레를 따라 걷는다. 에리디언들은 내가 그 편을 좋아하리라고 생각하고 돔 전체를 투명한 제노나이트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바깥은 늘 칠흑처럼 어둡다. 물론 바깥에 손전등을 비춰볼 수는 있다. 그러면 가끔 할 일을 하는 에리디언이 보인다. 하지만 광활한 산맥 풍경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새까만 어둠뿐이다.

미소가 조금 흐려진다.

지구는 상황이 얼마나 나빠졌을까? 살아남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쳤을까? 아니면 전쟁과 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죽었을까?

인간들은 비틀스를 수거해 내가 보낸 정보를 해독하고, 해결책을 실행할 수 있었다. 아마 탐사선을 금성에 보냈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지구에 첨단 기간 시설이 있는 건 확실하다.

분명 다들 힘을 합쳤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내 안의 유치한 낙관주의자가 하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생각해 보면 인류에게는 꽤 감동적인 면이 있다. 어쨌거나 헤일메리호를 만들기 위해서도 모두가 힘을 합쳤다. 그건 만만히 볼 만한 업적이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높이 든다. 어쩌면 언젠가는 집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모든 질문의 답을 확실히 알게 될지도.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는 오솔길을 따라 계속 나아간 끝에, 다른 만남의 장소로 이어지는 커다란 이중문으로 들어간다. 이건 말해둬야겠는데, 이곳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남의 장소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의 5분의 1가량은 지구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분리용 벽 반대편에는 바보처럼 튀어 다니는 조그만 에리디언 서른 명이 있다. 모두가 지구 나이로 서른 살이 안 됐다. 누가 입학할지 선택하는 과정은… 글쎄…. 이 경우에도 에리디언 문화는 복잡했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오르간이 내 구역 한가운데에, 연주자가 아이들을 마주 보도록 놓여 있었다. 오르간에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건반보다 몇 가지 기능이 더 있었다. 나는 억양과 음조, 분위기 등 음성언어의 모든 소소한 복잡성을 적용할 수 있었다. 나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손마디를 꺾고 수업을 시작한다.

자, 자. 내가 연주한다. 모두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

아이들은 배정받은 책상으로 서둘러 오더니 조용히 앉아서는 수업이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여기서 빛의 속도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

아이들 열두 명이 발톱을 들어 올린다.